작은 스타트업에서 프론트, 백엔드,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백엔드만 개발하는 사람에 비해 이직시 경쟁력이 떨어지는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았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악마가 방문했다. 그 악마는 본질을 흐트러트리며 내가 문제를 쫓아가지 못하게 단어를 마구 던졌다. '스타트업, 여러 개, 백엔드, 경쟁력 등등..' 결국 난 언제나 제대로 된 조언을 드리지 못했다. 항상 마음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나는 학생 때부터 여러 개의 기술을 넓고 얕게 공부했다. 사실 그때는 공부가 아니었다.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었고,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니 거기에 맞는 필요한 기술들을 조금 익힌 것뿐이었다. 그리고 '여러 개'도 아니었다. 개발자로 취업을 하려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건 줄 알았으니깐.
첫 취업을 했다.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업무에 잘 써먹었다. 그렇다. 첫 회사도 개개인이 여러 개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그때까지 여러 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서버 개발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들 이니깐.
그리고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회사로 이직을 하고 나서 알았다. '환경에 따라서 서버개발자의 일(기술)이 꼭 여러 개가 아니어도 되는구나'. 그래서 특히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 같은 사람도 잘 살고 있으니 용기 내세요'라고 조언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왜 그런지 잘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저 질문의 본질은 무엇일까? 3개의 기술을 익한 사람은 1개의 기술을 익힌 사람보다 정말로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선 답변을 한다면 '그렇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프론트, 백엔드, 인프라 3개의 기술을 담당하는 A 씨, 중견기업에서 백엔드만 담당하는 B 씨가 있다. 그리고 24시간 동안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A 씨는 3개의 기술에 각각 8시간씩 숙련도가 쌓일 것이다. B 씨는 백엔드 기술에만 24시간 숙련도가 쌓일 것이다. 동일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B 씨의 백엔드 숙련도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백엔드 기술을 중요시하는 회사에 둘이 지원한다면 당연히 B 씨의 합격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A 씨는 B 씨보다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게 맞다.
개발자 | 하루 숙련도 | 1주일 숙련도 (하루 x 5) |
A 백엔드 | 2시간 40분 | 13시간 20분 |
B 백엔드 | 8시간 | 40시간 |
그런데 당연하게도 24시간 동안 일을 시키는 회사는 없다. 보통 근무시간은 9시간이니깐. 아! 거기에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일 하는 시간은 8시간이다. 3개의 기술을 다루는 A 씨의 백엔드 숙련도는 2시간 40분일 것이고, 백엔드 1개의 기술만 다루는 B 씨는 8시간의 숙련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
A는 영원히 B를 따라잡을 수 없을까? 그렇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1주일은 무려 168시간이다. 그러니깐 개인 시간을 조금 투자해 보자. 출퇴근 1시간씩 백엔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개발자 | 하루 숙련도 | 1주일 숙련도 (하루 x 5) |
A 백엔드 | 2시간 40분 | 13시간 20분 |
A 백엔드 (출퇴근 2시간 공부 추가) |
4시간 40분 | 23시간 20분 |
B 백엔드 | 8시간 | 40시간 |
B개발자의 숙련도의 50%를 넘었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투자해 보자. 평일 퇴근 후 2시간, 주말에 2시간씩 공부를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개발자 | 하루 숙련도 | 1주일 숙련도 (하루 x 5) |
A 백엔드 | 2시간 40분 | 13시간 20분 |
A 백엔드 (출 퇴근, 평일, 주말 2시간 공부 추가) |
평일: 6시간 40분 주말: 2시간 |
35시간 |
A 프론트엔드 | 2시간 40분 | 15시간 |
A 인프라 | 2시간 40분 | 15시간 |
B 백엔드 | 8시간 | 40시간 |
A 씨는 B 씨의 백엔드 숙련도와 5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B 씨가 갖지 못한 프론트엔드, 인프라 기술력을 합치면 총 65시간으로 백엔드 40시간만 숙련된 B 씨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솔직히 공부는 쉽지않다. 우선 출퇴근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꼭 2시간이 걸린다는 보장이 없다. 조금이라도 피곤한 날에 만원 지하철, 버스에서 책을 보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어떤 날은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어떤 날은 회식이다. 불금에는 친구도 만나야 하고 주말에는 놀러도 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추가 공부는 A 씨만 가능한 게 아니다. B씨도 가능하다. 백엔드만 담당하고 있음에도 욕심쟁이처럼 출퇴근, 주말을 이용해 A 씨와 똑같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러면 A 씨는 헛걸음을 하게 된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어떤 부분에선 B씨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8시간 동안 백엔드 업무만 하는 줄 알았지만 점심을 3시간 동안 먹고 낮잠 자는 근무 태만자일 수도 있다. 그나마 남는 업무시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JSP 복붙 코드 돌려 막기 하는 게 전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최상의 조건들로 극한 비교를 한다. A, B가 하루 2시간 40분, 8시간 모두 좋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한 것처럼. 세상에 둘만 남은 개발자가 한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경쟁했을 때 어떨지 상상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의 기준은 그렇게 극한이지 않다. 사실 여러분이 입사하길 원하는 회사는 주 20시간의 자바 숙련도 개발자를 원할수도 있는 거다. 물론 좋은 방향의 20시간이어야 된다. 짧은 간격으로 피드백을 받아보자.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저 질문의 본질은 무엇일까?.. 난 더 이상 본질을 찾지 않는다.
위에서 내가 한 'A 씨가 B 씨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까?'라는 질문은 필요 없다. 각자 다양한 이유에 놓여 있다. 남을 크게 의식할 필요 없다. 본인의 경주를 하면 된다. 같이 달리고 있지만 1:1 승부를 내는 게 아니다. 지금은 느려 보여도 나의 목적지로 가는 지름길 일 수 있다. 같은 길을 달려도 언젠간 각자의 교차로가 나타나면 거짓말처럼 각자의 길로 갈 것이다.
뉴욕은 캘리포니아 보다 3시간 빠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쳐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사람은 25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미혼입니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합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쳐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는것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 놀리지도 맙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을 뿐이고 , 당신도 당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 뿐입니다.
인생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긴장을 푸세요.
당신은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이르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아주 잘 맞춰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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